토요타, 폭스바겐, 그리고 삼성전자(2) - 토요타 사태의 주가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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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사태의 시작은 급발진으로 인한 인명사고였다. 샌디에이고에서 렉서스 ES 350차량의 운전자가 충돌을 일으켜 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며 토요타에 대한 신뢰에 큰 흠집을 냈다. 2009년 8월 28일 발생한 이 사고로 인해 사태 이전 4000엔을 넘던 주가는 3달에 걸쳐 하락하여 사고 이전 대비 17.1% 하락하였다. (일본 주식시장/엔화 기준)
바닥 매트 문제로 리콜이 진행되는 와중에 아발론 차량에서 급발진으로 인한 4명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였는데, 바닥 매트가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했다. 해당 차량은 바닥 매트 결함 소식 이후 매트를 제거하여 트렁크에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페달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는 현상에 대한 지적이 있어왔고, 토요타는 이에 대해 쉬쉬하였다.
이후 토요타는 급발진의 원인을 바닥 매트로 지목하고 이에 대해 대규모 리콜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전례없던 리콜로 막대한 손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토요타의 빠른 대응과 사태 해결 과정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도 있고 해서 주가가 다시 회복되는 추이를 보였다. 그러나 2010년 1월 페달 결함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리콜을 발표하자 토요타의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하였다.
첫 번째 리콜 발표 때와 달리 두 번째 리콜에 대해서는 주가가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페달 결함으로 인한 충격으로 회복세를 보이던 토요타의 주가는 2주만에 21.7% 하락하였으며 이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약 40조 원의 손실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를 사고도 5조가 남는 돈이 2주만에 허공으로 사라진 것이다. 페달 리콜 사태는 바닥 매트 리콜 때와는 이런 점이 다르지 않았을까 한다.
- 바닥 매트가 가속 페달을 누른다면 매트를 떼어서 트렁크에 보관하면 되었지만, 페달 자체가 문제라면 사용자는 대처할 방법이 없다.
- 토요타는 매트만을 급발진의 원인으로 지목하였으나 로비 문서 공개 등의 사건으로 거짓임이 드러났다.
페달 리콜 시점에 4200엔을 기록하던 이후 토요타의 주가는 9개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하락 추이를 보였다. 2010년 11월에는 리콜 시점 대비 33.2% 하락한 2812엔까지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였다.(시가총액 기준 60조원)
저점을 지나며 점차 회복하던 주가는, 220만대의 가속 페달 추가 리콜 사태와 함께 한번 더 급격하게 추락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로 인한 충격은 이전 사태보다는 크지 않았고, 이후의 주가 변동은 2011년 3월의 동일본 대지진과 엔화 평가절하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토요타의 리콜 사태 진행과 주가의 흐름을 연관지어 분석해 보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다.
- 소비자 피해 사례가 발생하면 주가는 하락한다. (당연)
- 고점까지 회복되는 데에는 1년 정도 소요된다.
- 오르는 속도가 떨어지는 속도보다 빠르다.
보통 주가가 떨어지는 속도는 오르는 속도보다 빠르기 마련인데, 리콜 사태의 경우에는 악재 이벤트가 지배하고 있어서 그런지 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 리콜 사태로 인한 시가총액의 하락(40~60조원)에 비해 토요타의 실제 손실(3~4조원)은 매우 작았다.
- 한 번은 봐주지만, 두 번째는 자비가 없다.
7년 전 일이지만, 지금의 갤럭시 노트 7 리콜 사태와 묘하게 닮은 점이 많다. 토요타는 첫 번째 리콜 사태에서 부차적인 원인인 바닥 매트로 관심을 돌리며 본질을 호도하였다. 페달 문제가 터지자 납품업체인 CTS를 불량의 원흉으로 지목했지만, CTS에서 납품한 페달은 다른 회사 차종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결국 문제는 최종 생산품 자체에 있었던 것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 7의 단종으로 한철 휴대폰 장사를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절대 망할 기업은 아니다. 현재 판매되는 휴대폰만 해도 수십 종이며, 반도체, 가전 등 휴대폰 이외의 제품도 얼마든지 있다. 토요타의 사례처럼 저력을 발휘하여 주가 하락은 결국 극복해 낼 거라 생각하지만, 이번 겨울은 혹독할 것이다.